군 생활을 의무 소방관으로 복무했던 류형석 감독이 소방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.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이들의 호출에 응답하는 현세의 슈퍼히어로들. <불꽃의 기억>의 히어로는 ‘양산소방서 동부 119 구급대’의 소방관들이다. 영화는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이나 인터뷰 샷 없이 그들의 일과 일상뿐 아니라 내면의 어둠과 열망, 이 직업에 내재된 고단한 숙명까지 능히 감지한다. 여기서 카메라는 단순히 대상을 찍는 수단이 아니라 그들의 일원이자 곧 그들의 눈이기 때문이다. “그냥 모든 감정을 다 빼고 내가 뭘 해야 할지 그것만 생각해.” 어느 소방관의 말대로, <불꽃의 기억>은 감정적 파고에 휩쓸리지 않고 뚜벅뚜벅 나아간다. 하지만 그 끝엔 언제나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들이 있다. 어느 직업군에 대한 인간적으로 탁월한 성찰을 담은 다큐멘터리.